동성로 건마, 베개 가운데가 살짝 눌려 있었습니다
동성로 건마 방에 들어가자 베개 가운데가 살짝 눌려 있었습니다. 손으로 펴고 다시 기댄 뒤에야 자리가 잡혔습니다.
동성로 쪽에서 골목을 한 번 꺾어 들어갔습니다. 공동현관 번호를 맞추고 올라가니, 방 안 침대 위 베개 가운데가 살짝 눌려 있었습니다. 신발은 현관에 두었고, 가방은 의자 옆에 놓았습니다. 휴대폰은 이미 무음이었고, 손바닥으로 베개 가운데를 한 번 쓸어 봤습니다.
손으로 펴자 눌린 자국이 옅어졌고, 다시 기대니 자리가 잡혔습니다. 매트 가장자리는 말려 있지 않았고, 물컵은 탁자 안쪽에 있었습니다. 에어컨은 약하게만 돌았고, 방 안 온도는 적당하였습니다. 복도 쪽은 아직 조용했습니다.
베개가 눌려 있으면 앉기 전에 손으로 한 번 펴는 편이 나았습니다. 예전에 그대로 기댔다가 목이 불편했던 날이 있어, 이번엔 가운데만 펴고 다시 기댔습니다. 세게 두드릴 필요는 없었고, 손바닥으로 한 번이면 충분하였습니다.
베개를 뒤집거나 크게 흔들면 커버가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세게 두드렸다가 솜이 한쪽으로 몰린 적도 있어, 이번엔 가운데만 펴고 멈췄습니다. 벨을 다시 누르지는 않았고, 다른 베개를 찾으러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지나니 복도 발소리가 멀어졌고, 방 안은 조용했습니다. 반월당 쪽은 베개가 더 두꺼웠던 기억이 스쳤지만, 문자는 다시 열지 않았습니다. 가방 지퍼는 닫아 둔 채였고, 물컵 자리는 그대로였습니다.
나올 때는 베개를 다시 만지지 않았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진동을 풀었습니다. 골목으로 나오니 동성로 쪽 차 소리가 다시 들렸고, 비슷한 눌림이 보여도 손으로 펴고 기대기로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