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건마, 낮 간판이랑 밤 색이 달랐습니다
동성로 건마 낮 사진을 보고 갔는데 밤에는 간판 색이 훨씬 진했습니다. 상호를 한 번 더 읽고 나서야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낮에 찍힌 글자만 믿었다가 건물 앞에서 잠깐 서 있었습니다.
동성로 낮에는 벽돌길 위에 햇빛이 길게 깔려 있었습니다. 건마 카드에 올라온 간판 사진은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나는 그 사진을 저장해 두고 저녁에 다시 나갔습니다. 밤이 되자 같은 자리 네온이 켜졌고, 낮에 본 색보다 훨씬 진했습니다. 상호 한 글자가 사진과 다르게 보였습니다.
나는 폰을 들어 낮 사진과 밤 간판을 나란히 맞춰 봤습니다. 받침 글자가 사진에서는 흐렸고, 밤에는 파란빛이 강해 그 글자가 또렷했습니다. 손잡이 앞에서 한 발 물러섰습니다. 옆 가게 불빛까지 겹쳐 잠깐은 다른 집인가 싶었습니다. 상호를 소리 내어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초인종 옆 명판은 사진에 없었습니다. 낮 사진에는 간판만 크게 잡혀 있었습니다. 직원이 문을 열어 주며 그 상호가 맞다고 하였습니다. 낮에 저장한 사진만 보고 바로 문을 열었다면 옆 출입구로 들어갈 뻔했습니다. 나는 명판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 확인했습니다.
복도 조명은 간판보다 약했습니다. 대기 의자는 하나였고, 접수대 위에는 물컵이 두 개 놓여 있었습니다. 직원은 낮 사진이 작년 가을에 찍힌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는 네온 색이 달랐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폰 속 사진을 지우지 않고 밤 간판만 새로 찍어 두었습니다.
방은 복도 오른쪽 끝이었습니다. 창밖으로는 동성로 네온이 벽돌길 위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수건은 접혀 있었고, 오일 냄새는 문틈에서 났습니다. 나는 손잡이를 잡기 전에 읽었던 상호를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낮 사진과 밤 색이 달랐던 그 한 글자가 아직도 눈에 남았습니다.
나올 때도 같은 간판이었습니다. 낮에 봤던 흐린 글자는 밤빛 아래서만 또렷했습니다. 벽돌길을 걸어 나오니 사람들이 네온 아래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주머니 속 폰에는 낮 사진과 밤 사진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다음에도 낮 사진만 보고 손잡이를 바로 잡지는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