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출장, 복도에서 열쇠 떨어지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둔산 쪽 출장 방으로 들어서기 전, 복도 끝에서 열쇠가 짧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내 방 손잡이는 그대로였는지 먼저 확인했던 장면을 적습니다.
은행역 근처에서 내려 문자에 적힌 건물로 올라갔습니다. 층 복도를 걷다 보니 끝쪽에서 금속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짧게 났고, 열쇠가 떨어진 듯했습니다. 내 방 호수 앞 손잡이는 그대로 내려가 있었고,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내려다보았습니다. 현관에서 무음으로 바꿔 둔 휴대폰은 주머니에 두었습니다.
소리는 금세 끊겼고, 다른 문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문 옆 낮은 장에 올린 뒤, 손잡이를 다시 가볍게 눌러 보았습니다. 잠긴 상태는 아니었고, 안에서 따로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물컵은 아직 보지 못한 채였습니다.
복도에서 열쇠 소리가 나면 내 문인지부터 구분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예전에 소리만 듣고 문을 열었다가 이웃 쪽이었던 적이 있어, 이번엔 손잡이와 호수 스티커를 먼저 맞춰 보았습니다. 소리가 멀면 그대로 두고, 가까우면 문 앞에서 한 박자 기다리는 정도면 충분하였습니다.
소리가 났다고 복도를 크게 돌아다니면 불필요하게 눈에 띕니다.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집어 주려다 다른 손님과 마주친 적도 있어, 이번엔 내 문만 확인했습니다. 휴대폰 손전등으로 바닥을 훑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에 들어서자 탁자 모서리에 물컵이 있었고, 에어컨 바람은 약했습니다. 복도 소리는 문 너머로 멀어졌고, 가방 지퍼는 닫아 둔 채 호수만 머릿속으로 확인했습니다. 문자를 다시 열지는 않았습니다.
나올 때 복도는 조용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진동을 풀었습니다. 공동현관까지 내려가며 문자를 닫았고, 골목으로 나오니 둔산 쪽 차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소리가 나도 내 손잡이부터 보기로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