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출장, 영수증이 두 번 접혀 있었습니다
둔산에서 출장을 마치고 받은 영수증이 세로로 두 번 접혀 있었습니다. 금액 줄이 안쪽에 숨어서, 펼친 뒤에야 창구 안내 숫자와 같았는지를 보았습니다.
둔산 네거리 쪽에서 출장을 마치고 현관 앞에서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종이가 작아서 한 번만 접힌 줄 알았는데, 손가락으로 만져 보니 세로로 두 번 접혀 있었습니다. 겉면에는 상호만 보였고, 금액 줄은 접힌 안쪽에 있었습니다. 바람이 코트 소매를 흔들었습니다. 나는 골목 가로등 아래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접힌 자리를 펴자 가운데 줄이 먼저 보였습니다. 창구에서 문자로 받은 숫자와 같은지 나란히 맞춰 보았습니다. 첫 자리는 같았고, 끝자리도 같았습니다. 접힌 자국이 숫자 위를 가로질러 있어서 한 번은 잘못 읽었습니다. 손끝으로 주름을 펴고 나서야 글자가 또렷해졌습니다. 보도블록 틈에 낙엽이 한 장 끼어 있었습니다.
직원은 접어서 주는 게 습관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다음부터는 받는 자리에서 바로 한 번 펼쳐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문자 안내와 종이 숫자가 같았고, 접힌 면만 가려져 있었습니다. 펜으로 끝자리를 작게 적어 두었습니다. 주머니에 넣기 전에 주름을 한 번 더 폈습니다.
유성에서 받은 영수증은 한 번만 접혀 금액이 바깥에 있었다고 했었습니다. 둔산 이날은 두 번 접혀 안쪽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나는 유성 기억과 이날 종이를 같은 형태로 두지 않았습니다. 택시 경적이 짧게 울렸습니다. 접힌 자국이 깊으면 숫자가 갈라져 보일 수 있었습니다.
골목을 나오며 문자를 다시 열었습니다. 안내 숫자와 펼친 영수증 줄이 같았습니다. 접기 전에는 그게 안 보였습니다. 가로등 빛이 종이 위에 길게 떨어졌습니다. 구두 밑창에 먼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영수증을 다시 접지 않았습니다. 금액 줄이 보이도록 펼친 채로 지갑 안쪽에 넣었습니다. 둔산 출장은 그날 종이 접힌 방식이 달랐습니다. 창밖으로 네거리 신호가 바뀌는 게 보였습니다. 나는 다음에도 받는 즉시 펼쳐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