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마, 취소 연락은 수첩 순서였습니다
서면 골목 건마는 당일 자리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취소가 나면 연락받을 수 있는지 물으니 전화기 옆 수첩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두 시간 뒤 그 수첩 순서대로 전화가 왔습니다.
서면 골목은 비가 그친 뒤라 바닥이 번들거렸습니다. 건마 문 앞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들어가 오늘 빈자리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직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접수 위 시계는 내가 온 시각보다 3분이 빨랐습니다. 우산은 문 옆에 세워 두었습니다.
취소가 나면 연락을 받을 수 있는 대기 목록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직원은 전화기 옆 수첩을 펼쳤습니다. 앞장에는 이름과 번호가 이미 세 줄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네 번째였습니다. 직원은 앞에서 취소가 나야 내 차례라고 하였습니다. 수첩 모서리는 접혀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서면 대로를 걸었습니다. 문자로 순서를 보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수첩만 본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골목 끝 편의점 의자에 앉아 전화를 소리 나게 해 두었습니다. 화면 알림은 비어 있었습니다. 비 냄새는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두 시간쯤 뒤 그 번호가 울렸습니다. 직원은 앞사람이 취소해서 지금 올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수첩에 내 이름이 아직 있는지 되물었습니다. 직원은 네 번째 줄이라고 읽어 주었습니다. 바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대로 신호는 길었습니다.
도착하니 수첩의 세 번째 줄에는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내 줄은 그대로였습니다. 직원은 그 줄을 손가락으로 짚고 들어와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대기 의자는 비어 있었습니다. 젖은 우산을 아까 자리에 다시 세웠습니다. 시계는 여전히 3분이 빨랐습니다.
관리 뒤 수첩을 다시 보았습니다. 내 줄에도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이름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직원은 다음 취소가 나면 그 번호로 건다고 하였습니다. 골목 바닥은 아까보다 말랐습니다. 전화 기록의 시각을 영수증 뒤에 적었습니다. 네온은 물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