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출장, 나이는 현관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반월당 횡단보도에서 출장 창구에 만 나이를 먼저 적었습니다. 동성로 골목 현관은 신분증 생년을 따로 보았습니다. 문자 숫자와 수첩의 연도가 서로 달랐습니다.
반월당 지하도를 빠져나와 동성로 쪽으로 걷기 시작하면서 출장 창구에 문자를 넣었습니다. 칸에는 만으로 센 나이만 숫자로 적었습니다. 답은 출발해도 된다는 짧은 한 줄이었습니다. 차 번호는 그 답 다음에 따로 왔습니다. 횡단보도 신호는 이미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골목 현관 인터폰은 문자와 다른 말을 하였습니다. 직원은 신분증의 생년 네 자리를 불러 달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연도를 읽었습니다. 문자에 적어 보낸 만 나이는 그 자리에서 다시 묻지 않았습니다. 인터폰 옆 종이는 비에 젖어 글자가 번져 있었습니다.
직원이 수첩에 적은 글은 만 나이가 아니라 카드의 연도였습니다. 나는 문자 화면과 수첩 줄을 나란히 들고 보았습니다. 직원은 현관에서는 연도를 보고, 문자는 집을 나서기 전에 받는 용도라고 하였습니다. 두 칸이 가리키는 기준은 같지 않았습니다. 수첩 모서리는 접혀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같이 온 지인은 자기 집은 전화로 나이만 듣고 현관에서는 이름만 확인한다고 했었습니다. 이 골목은 문자를 받은 뒤에도 생년을 또 보았습니다. 안내 문구에는 어느 시점에 보는지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인 집의 순서와 이 현관을 하나로 묶지 않았습니다. 복도 센서등이 늦게 켜졌습니다.
방에 들어간 뒤에는 나이를 다시 말하지 않았습니다. 수건을 건네는 손도 카드를 보지 않았습니다. 확인은 현관 인터폰에서 끝나 있었습니다. 나는 카드를 코트 안주머니에 도로 넣었습니다. 방 안 시계는 문자 시각보다 한 칸 늦어 있었습니다.
나올 때 인터폰 종이는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주머니 메모에는 문자 숫자와 생년 연도가 둘 다 남아 있었습니다. 동성로 네온은 아직 켜져 있었습니다. 나는 반월당 쪽으로 걸으며 현관에서 본 것은 수첩의 연도였다는 점만 떠올렸습니다. 밤바람이 골목에서 대로로 빠져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