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건마, 커튼 틈으로 복도 불이 들어왔습니다
동성로 쪽 건마 방에 앉자 커튼 사이로 복도 불이 가늘게 비쳤습니다. 틈을 손으로 맞춘 뒤 다시 앉았던 짧은 장면을 남깁니다.
중앙로역에서 내려 동성로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자에 적힌 호수 문을 열자, 창가 커튼이 한 뼘쯤 벌어져 있었고 복도 불이 가늘게 스며 들어왔습니다. 신발은 아직 벗기 전이었고, 가방은 어깨에 멘 채였습니다. 일단 커튼 끝을 손으로 모아 봤습니다.
틈이 좁아지자 복도 불은 거의 사라졌고, 방 안 스탠드만 남았습니다. 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고 신발을 가지런히 둔 뒤, 커튼 아래쪽도 발로 살짝 눌러 보았습니다. 바람은 거의 없었고, 물컵은 탁자 모서리에 있었습니다.
커튼 틈이 보이면 앉기 전에 맞추는 편이 편했습니다. 예전에 그대로 두었다가 복도 발소리가 크게 들렸던 적이 있어, 이번엔 손으로 끝을 모은 뒤 자리에 앉았습니다. 완전히 막을 필요는 없었고, 가늘게만 닫아도 충분하였습니다.
커튼을 세게 잡아당기면 레일이 덜컹거려 이웃 방에 들릴 수 있습니다. 틈만 맞추고 멈추는 편이 나았고, 창밖을 보려고 커튼을 크게 열지는 않았습니다. 손전등으로 커튼 뒤를 비추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자 복도 발소리는 멀어졌고, 에어컨 바람만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가방 지퍼는 닫아 둔 채였고, 문자를 다시 열어 호수를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커튼 끝은 손 닿는 곳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나올 때 커튼은 들어온 대로 두고,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진동을 풀었습니다. 공동현관까지 내려가며 문자를 닫았고, 골목으로 나오니 동성로 쪽 사람들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틈이 보여도 앉기 전에 손으로 맞추기로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