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건마, 취소 종이에는 금액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둔산 대로 횡단보도에서 건마 예약을 취소하려고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카운터 종이에는 무료로 넘어가는 시각만 적혀 있었고, 그 시각이 지난 뒤 무엇이 남는지는 원 단위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둔산 대로 횡단보도를 건너 건마 건물 1층으로 들어갔습니다. 약속 시각은 이미 사십 분이 지나 있었고, 취소하려고 카운터에 휴대폰을 내밀었습니다. 종이 안내에는 무료로 넘어가는 시각이 시계 그림 옆에 인쇄돼 있었습니다.
그 시각은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금액이 적힐 칸은 빈 줄로 남아 있었고, 직원은 연필을 들고도 그 칸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나는 빈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는데, 상대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오일 병이 선반에서 달그락거렸습니다.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대는 무료 구간은 끝났다고 하였고, 남는 돈은 따로 온 문자에서 보라고 하였습니다. 통화 중에는 원을 불러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종이 사진을 먼저 찍어 두었습니다.
십 분 뒤 카드 문자가 왔습니다. 숫자는 있었는데, 종이에 인쇄된 시각과 카드 문자의 시각이 십 분 어긋나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이번 취소의 돈인지는 두 화면을 붙여 놓고도 문장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은행동 쪽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그늘에 섰습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종이 사진과 카드 문자를 다시 열었습니다. 종이에는 시각만, 카드에는 숫자만 있었습니다. 그 숫자가 전부인지 일부인지는 어느 쪽도 한 줄로 적어 주지 않았습니다. 접힌 종이 모서리가 손바닥에 배어 있었습니다.
버스가 은행동 간판 앞에 섰습니다. 주머니 속 종이에는 금액 칸이 그대로 비어 있었고, 카드에 찍힌 숫자만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그 숫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문을 닫는 소리 속에서도 문장으로 붙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