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스웨디시, 유리에 시트가 붙어 있었습니다
둔산동 스웨디시 방에 들어서자 커튼은 없고 유리에 우유빛 불투명 시트가 클립으로 물려 있었습니다. 밖 윤곽이 안 보여 누가 지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클립이 유리에 닿는 소리가 먼저였습니다. 둔산동 스웨디시 방은 커튼봉이 아예 없었고, 우유빛 불투명 시트가 창 안쪽에 네 귀퉁이 클립으로 물려 있었습니다. 시트 가장자리는 손때 없이 반듯했습니다.
골목에서 올라올 때는 간판 불빛이 젖은 보도블록에 길게 깔려 있었습니다. 문을 닫자 그 불빛은 시트 뒤에서 뿌연 면이 되었습니다. 어깨선은 한 줄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의자는 창에서 멀었습니다. 나는 창을 등지고 앉아 가방 지퍼를 내렸습니다. 발소리는 들렸는데 누구인지는 알 수 없어, 지나가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히터는 발목만 데우고 금방 잦아들었습니다.
스탠드 불빛이 시트 한가운데 동그랗게 맺혔습니다. 그 안에 밖 풍경은 없었고 내 어깨 그림자만 조금 번졌습니다. 시트를 손가락으로 밀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클립 금속은 차갑게 보였습니다.
비가 유리에 닿는 소리가 작게 이어졌습니다. 빗줄기는 방 안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가 지나갔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복도 쪽 문이 한 번 닫히는 소리만 났습니다. 시트 클립은 그때도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유리를 두드리는 손은 없었습니다. 환풍기 소리는 낮았다가 곧 사라졌습니다.
계단으로 나오자 둔산 골목의 사람과 간판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방 안에서는 그 간판이 글자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불투명 시트가 커튼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고, 밖은 그냥 막힌 면이었습니다. 신발 끈을 묶는 동안에도 창은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