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스웨디시, 말은 들리고 음악은 작았습니다
역삼역 출구 골목에서 스웨디시 문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 벨소리를 꺼 두었습니다. 방 안 음악은 화분 뒤 스피커로 작게 깔려 가사가 안 들렸고, 수건 온도와 남은 시간을 묻는 말은 음악에 묻히지 않고 그대로 들렸습니다.
역삼역 출구 바람이 아직 귀에 남아 있을 때, 골목 가로등 아래에서 전화 종 모양을 껐습니다. 무음 글자가 뜬 뒤에야 스웨디시 문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주머니 단추가 손등에 한 번 닿았습니다.
방 안 음악은 화분 뒤에 숨은 작은 스피커에서 나왔습니다. 가사는 없었고 낮은 소리만 바닥 쪽을 맴돌았습니다. 옆에서 수건이 따뜻한지 묻는데, 그 말이 음악 위로 또박또박 들렸습니다.
코트는 접어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두었습니다. 전화는 안주머니에 그대로 넣었고 화면은 다시 꺼내지 않았습니다. 진동이 옷감을 두드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곡이 넘어가도 크기는 그대로였습니다. 볼륨 눈금은 아래 칸에 멈춰 보였습니다. 물잔을 탁자에 놓는 소리가 음악보다 또렷했습니다. 더 줄여 달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을 말할 때 숫자 두 개가 방 끝까지 들렸습니다. 음악은 그 숫자 밑으로만 깔려 있었습니다. 나는 되묻지 않았고, 화분 잎은 스피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을 나서기 전에는 벨소리를 되돌리지 않았습니다. 역삼 골목으로 나온 뒤에야 무음을 해제했습니다. 대로 쪽 버스 소리가 방 안 음악보다 훨씬 컸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벨을 끈 것이 맞았습니다. 안에서는 끌 필요가 없을 만큼 음악이 낮았고,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렸습니다. 스피커의 작은 불빛은 문을 닫자 사라졌습니다. 귀가 피곤한 밤은 아니었고, 역삼 대로의 버스 소리가 방 안보다 훨씬 크게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