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건마, 냉방이 약한 방을 받았습니다
부평역 지하상가 쪽 건마 로비 에어컨이 셔츠를 들썩일 만큼 세게 돌았습니다. 냉방이 약한 방이 있는지 물으니 복도 끝 작은 방을 내주었습니다. 벽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리자 바람이 줄었고, 더 줄여 달라고 하니 직원이 한 칸을 더 내렸습니다.
부평역 지하 연결통로를 지나 골목 건마 간판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로비 에어컨이 셔츠 앞섶을 들썩일 만큼 세게 돌았습니다. 대기 의자 팔걸이가 금속이라 손이 시렸습니다. 코스 판에는 온도 칸이 없었습니다. 유리문에 빗물이 길게 흘렀습니다. 바깥 버스 안내방송이 문이 닫히자 뚝 끊겼습니다.
복도는 로비보다 더 차가웠습니다. 발바닥이 타일에 닿자 슬리퍼를 다시 신었습니다. 문틈마다 바람이 새어 나왔습니다. 끝 방만 송풍 소리가 작았습니다. 수건 더미는 건조대에서 아직 미지근했습니다. 벽시계는 로비 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직원에게 냉방이 약한 방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복도 끝 방은 손님이 적을 때 바람을 낮춰 둔다고 하였습니다. 그 방을 달라고 하니 열쇠를 바로 건넸습니다. 조절은 방 안 벽 다이얼이라고 하였습니다. 복도 등이 한 칸 깜빡였습니다. 열쇠고리가 손에서 차가웠습니다.
방에 들어가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송풍구 바람이 가늘어졌고, 이불 위 찬 기운이 금방 걷혔습니다. 아직 목덜미가 시려 한 칸을 더 내려 달라고 하니 직원이 다이얼을 직접 돌렸습니다. 온기가 발목부터 올라왔습니다. 커튼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오일 냄새가 약하게 남았습니다.
직원은 한낮에는 다이얼을 함부로 못 건드리고, 밤에는 말하면 낮춰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 구분은 로비 종이에 없었습니다. 수첩 귀퉁이에 끝 방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연필심이 짧아 글씨가 굵었습니다. 페이지가 습기로 살짝 울어 있었습니다.
관리가 끝난 뒤 다이얼은 내가 둔 자리에 그대로였습니다. 로비로 나오니 에어컨 바람이 다시 세졌습니다. 부평 골목 빗물이 구두 옆을 적셨습니다. 간판 불빛이 물웅덩이에 끊겨 보였습니다. 역 계단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우산을 접고 있었습니다. 밤공기가 목덜미에 바로 닿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