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휴게텔, 우산 없이 손만 흔들었습니다
부평 지하상가 쪽 휴게텔에서 키를 맡기는데 카운터 옆 흰 우산을 가리켰습니다. 가져온 우산이 없어 손만 내저었고, 비 오는 출입문 차양 밑으로 나와 정류장까지 뛰었습니다.
부평 지하상가에서 올라와 들어간 휴게텔이었습니다. 낮에 비가 그쳐 우산은 집에 두었고, 신발장에는 내 구두만 올려 두었습니다. 키를 카운터에 놓자 직원이 외투를 받아 걸며 옆쪽을 보았습니다.
카운터 옆 흰 우산을 두고 가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손잡이에는 검은 테이프가 감겨 있었고, 물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손잡이에서 한 발 물러섰습니다.
우산이 없다고 손만 짧게 내저었습니다. 직원은 열쇠함을 닫고 다음 손님 쪽을 보았고, 나는 구두끈을 다시 묶었습니다. 현관 매트에는 이름표도 쪽지도 없었습니다.
출입문 차양 밑으로 나와 손만 한 번 더 흔들었습니다. 우산을 빌리겠다고 묻지 않았고, 빗줄기가 굵어져 정류장까지 뛰었습니다. 가방 위에는 곧바로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로비 구석에 접이식 우산이 더 있었지만 색깔이 달라 집어 들지 않았습니다. 직원도 그쪽은 가리키지 않았고, 나는 카드 지갑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빌리겠다고 입을 열면 다시 카운터로 불려 갈 것 같아 그냥 나왔습니다.
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가자 신발 앞코가 이미 젖어 있었습니다. 휴게텔 간판 불은 빗줄기에 흐려 보였고, 카운터 옆 흰 우산은 그 안에 그대로 남았을 것입니다. 버스 도착 안내만 휴대폰으로 확인했습니다.
버스가 와서 앞문으로 올랐습니다. 코트 깃에서 물이 한 줄 흘렀고, 자리 창밖으로는 부평 네온이 번져 보였습니다. 우산 없이 나온 일은 그 손 인사 한 번으로 끝났고,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