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건마, 휴지통이 문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제주시 근처 건마에 들어서자마자 방 안이 비어 보였습니다. 휴지통이 문 뒤에 가려져 보일 자리에 없었던 장면을 적습니다.
공항 방향 버스에서 내려 큰길을 건넌 뒤 건마 간판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벨을 누르고 안내받은 방은 침대와 낮은 조명, 물병 하나뿐이었고 바닥이 넓어 보였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으며 휴지통 자리를 눈으로 훑었는데, 침대 옆에도 탁자 옆에도 없었습니다. 공간이 비어 있어 방이 단정해 보였습니다.
문을 닫으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문짝 뒤에 작은 휴지통이 붙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열린 상태에서는 가려져 있고, 닫히면 방 안에서는 거의 안 보였습니다. 나는 발로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담당자가 들어와 수건을 내려놓을 때도 그 쪽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말수는 짧았고, 나는 매트 위에만 앉았습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휴지통이 시야에서 빠져 바닥이 넓어 보였습니다. 필요할 때만 몸을 돌려 문 쪽을 보면 되었고, 방 한가운데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물병만 탁자에 두고 바닥에 휴지나 포장지를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나갈 때는 문을 천천히 열어 휴지통에 발이 닿지 않게만 하였습니다.
다른 방은 휴지통이 침대 옆이나 세면대 앞에 나와 있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날 제주에서는 문 뒤에 가려져 방이 단정해 보였던 장면만 남깁니다. 문을 세게 닫으면 휴지통이 흔들릴 수 있어, 그날은 천천히 닫은 일만 적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 횡단보도 앞에서 휴대폰 화면만 켰다 껐습니다. 휴지통이 보일 자리에 없었던 일만 짧게 메모하였습니다. 바람 때문에 가방 지퍼를 한 번 더 잠근 뒤 정류장으로 걸었습니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버스 도착 안내만 보았습니다. 그날은 문 뒤에 휴지통이 숨겨져 있던 장면만 남겼습니다. 버스가 오면 바로 타겠다고만 스스로 정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