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출장, 빈자리는 문자로만 왔습니다
서면 골목에서 출장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통화로 빈자리를 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끊긴 뒤 문자에만 오늘 비는 시각이 적혔습니다. 기사 수첩에는 그 문자의 시각만 옮겨져 있었습니다.
서면 골목 벤치에서 출장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는 사람은 오늘은 통화로 빈자리를 말하지 않는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수화기에서는 차 문이 닫히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통화 시간은 짧았습니다.
잠시 뒤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비는 시각이 두 개 적혀 있었고, 그중 하나는 통화 중에 없다고 했던 시각이었습니다. 전화와 문자가 같은 오후를 다르게 적고 있었습니다. 화면 밝기를 올려 글자를 다시 읽었습니다.
문자에 그 시각을 되받아 적었습니다. 답이 다시 문자로 오자 그 시각 옆에 제 이름이 붙었습니다. 통화 목록에는 그 이름이 없었습니다. 엄지 끝에 땀이 배었습니다.
옆 사람은 통화만 하고 끊었습니다. 빈자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그 사람 문자함은 비어 있었습니다. 저는 전화로 들은 시각을 예약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벤치 나무에 습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출장 기사에게 문자 화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기사는 문자에 적힌 시각만 수첩 오른쪽 칸에 옮겼습니다. 왼쪽 칸은 오늘도 비어 있었습니다. 통화로 스쳤던 다른 시각은 수첩에 없었습니다. 수첩 스프링이 손가락에 걸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통화 기록과 문자함을 따로 펼쳤습니다. 당일 빈자리는 전화 한마디가 아니라 문자에 남은 시각이었습니다. 통화는 거절의 말이었고, 문자는 비는 시각이었습니다. 서면 쪽으로 다시 나갈 때는 그 문자만 열었습니다. 택시 창에 가로등 불빛이 길게 흘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