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휴게텔, 잡지 표지만 보고 일어났습니다
해운대 휴게텔 대기 의자에 잡지가 한 권 있었습니다. 펼치지 않고 표지의 밤 다리 불빛만 봤습니다. 이름이 불리자 표지가 위를 보게 그대로 두고 일어났습니다.
해운대 휴게텔 대기 의자는 플라스틱이었고, 왼쪽 자리에 잡지가 한 권 놓여 있었습니다. 표지는 밤 다리의 불빛이었고, 페이지는 펼쳐져 있지 않았습니다. 의자는 등받이가 조금 젖혀져 있었고, 팔걸이에 물기가 조금 있었습니다.
펼치지 않고 표지의 다리와 가로등만 봤습니다. 골목 창밖으로 차 불빛이 지나갔습니다. 잡지를 집어 들지는 않았습니다. 표지 모서리가 조금 접혀 있었고, 종이 가장자리가 손가락에 거칠게 닿았습니다.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그 표지만 보고 있었습니다. 옆 자리 사람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저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종이 냄새가 약하게 났고, 표지 광택이 전등 아래에서 반짝였습니다. 무릎 위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불리자 잡지를 덮어 표지가 위를 보게 그대로 두었습니다. 의자를 밀어 넣으며 일어났습니다. 표지의 다리는 그대로 보였고, 페이지는 한 장도 넘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의자 다리는 바닥에서 짧게 소리를 냈습니다.
안에 들어가기 전 뒤를 한 번 봤습니다. 잡지는 그 자리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집어 들지는 않았습니다. 표지 한 장만 보였고, 목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의자는 제가 앉기 전과 같은 각도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나올 때도 같은 잡지가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읽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해운대에서 휴게텔 대기를 다시 하면 그 표지의 다리를 먼저 떠올리겠습니다. 펼치지 않고 표지만 봤습니다.
창밖 골목은 그대로였고, 잡지를 가방에 넣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대기에서 본 것은 표지 한 장이었습니다. 부산에서 그 의자를 다시 보면 펼치지 않은 잡지부터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