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휴게텔, 두 번째에야 빨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대구 반월당 골목 휴게텔 철문에서 둥근 벨을 눌렀더니 소리도 불도 없었습니다. 같은 자리를 한 번 더 누르니 문틈 위 빨간 점이 들어왔습니다.
반월당 사거리에서 골목을 한 번 꺾으니 휴게텔 철문이 간판보다 안쪽에 있었습니다. 손잡이 옆에 둥근 금속 벨이 붙어 있었고, 현관 문틈으로는 찬 공기가 나왔습니다. 손가락을 대자 표면이 식어 있었습니다. 코트 깃에 빗방울이 두 방울 남아 있었습니다.
엄지로 짧게 한 번 눌렀습니다. 딸깍도 거의 없고, 문틈 위 작은 점은 회색이었습니다. 골목 쪽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고, 손끝에는 눌린 자국만 남았습니다. 옆 호실 쪽은 조용했고, 바닥 타일 줄눈이 젖어 있었습니다.
숨이 길어지기 전에 같은 자리를 다시 눌렀습니다. 그때 점이 빨갛게 들어왔습니다. 안쪽에서 짧은 전자음이 한 번 났습니다. 첫 누름과 달리 불빛이 손톱 위까지 올라왔다가 곧 옅어졌습니다. 두 번째와 첫 누름 사이는 숨 한 번이었습니다.
플라스틱 덮개 가장자리는 손때 때문에 뿌옇습니다. 세 번째는 누르지 않았습니다. 철문 고무가 코트 소매에 스쳤고, 점 빛은 문틈에서 한동안 보였습니다. 벨 틈에 먼지가 하얗게 끼어 있어 소리가 막힌 느낌이었습니다.
문이 손가락 하나만큼 열리며 고개만 안으로 기울였습니다. 말은 거의 없었습니다. 안쪽 조명은 골목보다 낮았고, 신발 앞 매트가 한쪽으로 말려 있었습니다. 빨간 점은 아직 문 위에 남아 있었고, 소매의 빗물은 그때 식었습니다.
나올 때는 점이 이미 꺼져 있었습니다. 버튼만 미지근했습니다. 반월당에서 휴게텔 문을 다시 보면 그 빨간 불을 먼저 떠올리겠습니다. 소리가 작아 한 번 더 눌렀고, 두 번째에야 불이 들어왔습니다.
코트 주머니의 영수증은 그대로였습니다. 골목으로 나오니 사거리 신호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벨을 두 번 누른 일과 그 빨간 점만 또렷했습니다. 대구에서 그 문을 다시 찾는다면 소리보다 불을 먼저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