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건마, 친구 이름으로 잡힌 자리였습니다
반월당 건마 접수에서 문자 첫 줄을 보니 친구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현관에 선 사람은 저였고, 동행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친구가 전화로 그 이름을 말한 뒤에야 안쪽 문이 열렸습니다.
반월당 건마 현관에서 직원이 제 휴대폰 문자를 돌려 보았습니다. 첫 줄은 친구 이름이었고, 둘째 줄 동행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저였습니다. 이름이 다른 채로 안쪽 손잡이는 잠겨 있었습니다.
접수 창 유리 너머 수기 장부에도 같은 성이 맨 위에 있었습니다. 직원은 연필로 그 성을 짚고, 제 이름은 장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빈칸인 채로 복도 쪽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리에 숨이 서렸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 때 말한 이름을 그대로 읽게 하였습니다. 직원이 그 목소리를 듣고 빈칸에 동행이라고 적었습니다. 적히기 전에는 수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친구 집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습니다.
성이 한 글자만 달라도 그 줄은 지워졌습니다. 저보다 먼저 온 손님은 비슷한 성을 말했고, 직원은 고개만 저은 뒤 그 칸을 빈칸으로 남겼습니다. 그 빈칸을 제 자리로 받지 않았습니다. 연필 가루가 장부 끝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안쪽 문이 열린 뒤 룸 메모를 펼치니 친구 이름이 윗줄이고 제 이름은 괄호 안이었습니다. 괄호가 생기기 전에는 자리에 앉지 못했습니다. 대신 온 밤이라 두 이름이 한 줄에 붙어 있었습니다. 베개 끝이 차가웠습니다.
나올 때 장부를 다시 펼치니 예약 칸은 친구 이름 그대로였습니다. 방문자만 괄호 안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름 확인이 끝나기 전에는 현관에서 한 발도 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문자 화면에는 동행이라고 적힌 답이 남아 있었고, 골목 불빛이 젖은 보도에 길게 번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