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건마, 안내는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동성로 골목 건마 현관에서 안내는 접힌 흰 종이 한 장으로 끝났습니다. 연필로 적은 시간 숫자만 있었고 다른 문장은 없었습니다. 방 안에 있는 동안 노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동성로 네온이 현관 유리에 빨갛게 번져 있었습니다. 건마 카운터에서는 말이 길지 않았고, 클립에서 뺀 흰 종이 한 장을 접힌 채로 건넸습니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아 엄지로 반을 펼쳤습니다.
종이에는 연필로 적힌 시간 숫자만 있었습니다. 상호도, 화살표도 없었습니다. 모서리 한쪽이 축축해 손가락에 달라붙었습니다. 나는 숫자를 한 번 읽고 종이를 다시 접었습니다.
복도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중간에 노크는 없었습니다. 슬리퍼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만 한 번 멀어졌습니다. 나는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문을 보지 않았습니다.
문고리를 흔드는 일도 없었습니다. 복도 등이 한 번 깜빡였다가 그대로였습니다. 종이의 숫자는 구겨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시간을 되묻지 않았습니다.
끝날 때 노크 없이 문이 조금 열렸습니다. 나는 종이를 꺼내 카운터 클립 옆에 도로 놓았습니다. 연필 글씨는 번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종이는 그 옆에 없었습니다.
현관으로 나오니 동성로 골목 사람이 바로 보였습니다. 안내는 그 종이 한 장으로 끝나 있었습니다. 추가로 적힌 메모는 없었습니다. 클립은 다시 종이를 물고 있었습니다.
대구 그날은 설명 문장이 없었습니다. 숫자 하나와, 오지 않은 노크만 남아 있었습니다. 종이를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유리에 비친 네온은 들어올 때와 같은 색이었습니다. 복도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없었고, 나는 접힌 자국만 만져 보고 나왔습니다. 종이는 클립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