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건마, 떨어진 층수 숫자도 읽혀 지나쳤습니다
동성로 건마 계단 참에서 연녹색 층수 스티커가 아래에서 반쯤 떨어져 있었습니다. 숫자 삼 자는 읽혀서 그 층을 멈추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대구 동성로 밤 골목을 지나 건마 건물 계단 참에 섰습니다. 눈높이보다 낮은 세로 면에 연녹색 층수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아랫단이 반쯤 떨어져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위쪽만 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계단 코의 검은 고무가 신발에 먼저 걸렸습니다.
떨어진 끝은 발등에 스칠 만큼 내려와 있었습니다. 그래도 숫자 삼 자의 위쪽 획은 붙어 있는 면에 남아 읽혔습니다. 접착 자리에는 하얀 먼지가 앉아 있었습니다. 손으로는 스티커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발을 멈추지 않고 그 층을 지나쳤습니다. 난간은 손대지 않았고, 스티커를 다시 붙이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삼 자가 기울어 보였지만 획이 끊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층을 잘못 세지 않고 올라갔습니다.
옆에서 보니 떨어진 부분이 전등 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보였습니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여도 삼 자는 보였습니다. 참 바닥에는 마른 휴지 조각이 하나 있었고, 스티커와는 떨어져 있었습니다. 벽면 페인트는 스티커 주변만 더 바랬습니다.
조명이 더 노랗게 나오면 연녹색이 회색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숫자가 읽혀서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스티커가 더 말려 획이 가려지면 그 참에서 멈췄을 것입니다. 다행히 삼 자의 위 획은 붙어 있었습니다.
내려올 때 같은 스티커가 조금 더 말려 있었습니다. 삼 자는 그대로 읽혔고, 바닥의 휴지 조각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지나치며 숫자만 한 번 보고 동성로 쪽으로 나왔습니다. 골목 간판 불빛이 출입문 유리에 비쳤습니다.
대구에서 건마 층을 다시 오르면 이 연녹색 스티커를 먼저 보겠습니다. 반쯤 떨어져 있어도 숫자는 읽혀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붙이지 않고 올라갔고, 삼 자만 선하게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