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휴게텔, 비에 젖은 문턱을 못 봤습니다
동성로 근처 휴게텔 입구 타일이 빗물에 반짝였습니다. 문턱이 가려져서 한 발 앞에서 멈춘 뒤 신발을 턴 장면을 남깁니다.
비가 잦아드는 사이 동성로 골목 휴게텔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입구 바닥이 물에 젖어 가로등 빛을 받아 하얗게 보였고, 문턱이 어디인지 눈으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산 물기를 털다가 발이 미끄러질 것 같아 바로 들어가지 않았고, 잠시 서서 발밑만 내려다보았습니다.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자 얇은 턱이 느껴졌습니다. 그제야 신발을 턴 뒤 매트 위로 올라갔습니다. 현관 안쪽은 물기가 조금 남아 있었고, 나는 매트 모서리에서 신발 뒤축을 맞춰 두었습니다. 담당자가 나와 맞아주었을 때 우산은 문 옆 구석에 세워 두었습니다.
소파에 앉기 전에 바지 밑단을 쓸어 보니 빗물이 살짝 배어 있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 발목을 매트 쪽으로 빼 두었고, 방으로 안내받을 때는 우산만 한 번 보고 따라갔습니다. 젖은 바닥에서 바로 뛰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나올 때도 입구 타일은 아직 반짝였습니다. 비가 멈춰도 바닥이 마르기 전에는 문턱이 가려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건물은 턱이 더 높을 수도 있어, 그날은 한 발 앞에서 멈춘 장면만 적어 둡니다.
우산을 다시 펴고 골목을 내려갔습니다. 큰길로 나오며 신발 앞코가 축축한 것만 짧게 메모하였습니다. 다음 비 오는 날에는 문 손잡이보다 발밑부터 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였습니다.
정류장 처마 아래에 서서 우산 물을 털었습니다. 버스가 오기 전에 바지 밑단을 한 번 더 쓸어 보고, 젖은 바닥 때문에 문턱을 못 봤던 일만 남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