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스웨디시, 외국인 친구는 한국어 이름만 받았습니다
은행동에서 둔산으로 넘어온 밤이었습니다. 스웨디시 벨 옆에는 한국어만 적혀 있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는 영문 화면을 내밀었고, 나는 들어가기 전에 문자로 출입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답은 한글 성 두 글자와 네 자리였고, 영문 화면만으로는 공동현관 목록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둔산 대로변 의자는 플라스틱이라 허벅지가 금방 식었습니다. 스웨디시 대기실은 오일 냄새가 먼저 났습니다. 외국인 친구 손에는 영문 예약 화면이 켜져 있었습니다. 벨 옆 종이는 한글 성만 적는 칸이었습니다. 그는 화면을 뒤집으며 이 글자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칸이 비어 있는 걸 보고 벨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복도 끝에서 창구로 문자를 넣었습니다. 말이 달라도 들어가는지, 이름은 한글로만 받는지 두 줄만 보냈습니다. 답은 내 전화로 왔습니다. 성 두 글자를 한글로 적고,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화면에는 로마자 성만 있었습니다. 나는 그 문자를 읽은 채로 두었습니다.
그는 여권을 데스크에 올리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직원은 여권의 영문과 목록의 한글이 다르면 호출이 안 나간다고 하였습니다. 공동현관 인터폰은 한글 성을 한 번 더 말해야 열렸습니다. 그가 코스 시간을 영어로 말하자 직원은 가운 고리 쪽을 턱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는 짧은 시간을 손가락으로 짚었습니다. 노트에는 그 시간만 적혔습니다.
은행동 출구에서는 이미 종이 한 장이 주머니에 구겨져 있었습니다. 문화의 거리 간판은 전부 한글이었고, 그는 같은 영문 화면의 밝기만 올려 보여 주었습니다. 지하철 안내도 한국어였습니다. 그 종이의 층수는 둔산 벨 옆 숫자와 달랐습니다. 출구 바람은 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문을 나서며 그는 다음에도 영문 화면만 가져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불린 성이 내 전화의 한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한글이 없으면 호출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폰을 코트 안쪽에 넣었습니다. 대로 신호는 우리가 서는 사이 한 번 바뀌었습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돌아보니 벨 옆 종이는 그대로였습니다. 우리 호출은 이미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는 다음에 올 때도 내 전화로 한글 성을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문자가 온 시각만 영수증 귀퉁이에 적었습니다. 둔산 가로등만 뒤에 남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