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출장, 우산 없다고 손만 흔들었습니다
역삼 오피스텔 출장을 마치는데 직원이 욕실에 우산을 두고 가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가져온 우산이 없어 고개만 저었고, 엘리베이터에서 손만 흔든 뒤 비를 맞으며 나왔습니다.
역삼역 쪽 오피스텔 출장으로 들어올 때는 비가 흩날리기만 하였습니다. 우산은 집에 두고 왔고, 현관에서 소매만 털었습니다. 신발장 위에는 우산이 놓일 칸이 없었습니다.
나오려는데 직원이 욕실에 우산을 두고 가지 않았냐고 낮게 물었습니다. 손가락은 욕실 문고리를 가리켰습니다. 나는 이미 신은 신발을 벗지 않고 그 문만 열어 보았습니다.
욕실 고리에는 수건 두 장만 걸려 있었습니다. 바닥 구석에도 접힌 우산은 없었고, 물기만 타일에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문고리를 놓고 고개만 저었습니다.
직원이 현관 우산꽂이를 한 번 더 가리켰습니다. 꽂이에는 투명 우산 한 자루가 있었는데 손잡이에 다른 사람 이니셜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손잡이를 잡지 않았습니다.
로비에 공용 우산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이번 층 복도에는 그런 통이 보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앞 바닥도 비어 있었습니다. 남의 우산을 들고 내려갈 일은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손만 짧게 흔들었습니다. 우산 손잡이는 잡지 않았고, 직원이 복도 밖으로 더 따라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문이 닫히는 동안 빗소리는 멀어졌습니다.
1층으로 나오자 역삼 대로에 비가 세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처마를 벗어나자 어깨가 바로 젖었습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직원이 물은 그 한마디만 남아 있었습니다. 정류장 처마 밑에서 소매를 털자 물방울만 떨어졌고, 우산 자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