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 안마 대기, 잡지 표지의 기와만 봤습니다
광주 충장로 안마 철제 대기 의자에 잡지가 한 권 있었습니다. 페이지는 펼치지 않고 표지의 검은 기와와 골목만 봤습니다. 이름이 불리자 표지가 위를 보게 그대로 두고 일어났습니다.
충장로 안쪽 안마는 접이식 철제 의자가 두 개뿐이었습니다. 왼쪽 의자 위에 잡지가 한 권 놓여 있었고, 표지가 위를 보고 있었습니다. 펼치려다 손이 표지 모서리에서 멈췄습니다. 바깥 골목의 가게 불빛이 유리문에 흔들렸습니다.
표지는 먹색에 가까웠고, 가운데는 기와지붕이 겹친 골목 사진이었습니다. 사람 얼굴은 없었습니다. 제목은 사진 아래 가는 글자였으나 읽지 않고 시선을 지붕선으로 옮겼습니다. 종이 가장자리가 조금 따뜻했습니다.
같은 의자에는 다른 인쇄물이 없었습니다. 잡지가 철제 살 쪽으로 조금 밀려 있었습니다. 페이지를 열지 않아도 검은 기와의 선은 눈에 남았습니다. 코팅이 전구 빛에 한 줄 반짝였고, 종이 냄새는 약했습니다.
이름이 불리자 일어나며 잡지를 표지가 위로 가게 그대로 두었습니다. 안쪽 면은 한 장도 보지 않았습니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서 짧게 울렸고, 철제 팔걸이가 손바닥에 차가웠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더 있어도 그 기와를 펼치지는 않았습니다. 귀퉁이가 접혀 있어도 접힌 자리를 펴지 않았습니다. 접힌 자국은 누군가 읽다 만 것처럼 보였으나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의자를 보니 잡지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기와 사진은 그대로였고, 오른쪽 의자에 앉은 사람은 잡지 쪽으로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먹색 표지가 위를 보고 있었습니다. 바닥 타일은 구두 밑에서 미끄러웠습니다.
충장로에서 안마를 다시 기다리면 이번 표지의 기와를 먼저 떠올리겠습니다. 읽지 않고 표지만 본 장면이 더 선했습니다. 안쪽 글은 끝까지 열지 않았습니다. 대기 의자에는 그 한 권만 남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