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휴게텔, 끝나기 전에 내선이 울렸습니다
연동 휴게텔 방에 누워 있는데 숫자가 남았을 때 베개 옆 내선이 짧게 울렸습니다. 직원이 남은 분을 말해 주어 연장할지를 그 통화 안에서 고를 수 있었고, 저는 그대로 끝나기로 하였습니다.
연동 휴게텔 로비에서 키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방 문 손잡이가 차가웠습니다. 베개 맡에 내선 전화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남은 시간을 가리키는 작은 화면이 켜져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가로등이 보였습니다. 이불에서 세제 냄새가 났습니다. 커튼 끝이 바닥에 닿아 있었습니다.
화면 숫자가 십 분 남짓으로 줄었을 때 내선이 두 번 짧게 울렸습니다. 받자 직원이 남은 분을 입으로 말해 주었습니다. 연장을 할지는 그 통화 안에서 고르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수화기 줄이 베개에 걸쳐 있었습니다. 저는 화면을 한 번 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에어컨이 낮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연장은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직원은 숫자가 사라지면 문을 두드리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전화를 내려놓았을 때도 화면에는 아직 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고를 틈이 통화 안에 있었습니다. 커튼이 바람에 한 번 흔들렸습니다.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으니 줄이 느슨해졌습니다.
지난번 제주시내 다른 방은 알림 없이 등이 꺼지고 나서야 복도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그날은 연장 이야기를 들을 자리가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이날 연동은 내선이 먼저였습니다. 발끝에 에어컨 바람이 닿았습니다. 화면 불빛이 이불 위에 사각형으로 떨어졌습니다.
약속한 대로 숫자가 사라진 뒤에 노크가 났습니다. 저는 이미 신발을 신고 코트 단추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키를 로비 쟁반에 놓았습니다. 바깥 공기는 축축했습니다. 주차 스티커 여백에 내선이 울린 시각을 연필로 적었습니다. 로비 의자가 비어 있었습니다.
차 문을 열기 전에 스티커와 방 안 화면을 머릿속으로 맞춰 보았습니다. 알려 준 시점과 끝난 시점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가 고른 자리였습니다. 연동 사거리가 한산했습니다. 와이퍼가 유리 위를 한 번 지나갔습니다. 스티커를 조수석에 올려 두고 출발하였습니다. 가로등이 보닛 위에 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