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휴게텔, 안내는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제주시 돌하르방 앞 광장을 지나 휴게텔 현관에서 받은 안내는 접히지 않은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방 번호만 적혀 있었고, 안에 있는 동안 노크는 없었습니다.
제주시 돌하르방 앞 광장을 지나 현관 매트에 신발을 털고 서자, 안내가 손바닥 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 주었습니다. 명함도 목걸이 표도 같이 오지 않았습니다. 매트는 젖어 있었고, 종이 모서리는 말라 있었습니다.
종이는 접힌 자국이 없었고, 가운데 방 번호 두 자리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화살표나 층 설명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숫자를 한 번 보고 종이를 접지 않았습니다.
복도 끝 그 번호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복도 등은 하나였고 바닥은 조용했습니다. 종이는 침대 옆 작은 선반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모서리가 말리지 않게 손바닥으로 한 번만 눌렀습니다.
안에 있는 동안 노크는 없었습니다. 문 밖 발소리가 한 번 멀어졌다가 멈추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문고리를 잡아 밖을 내다보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문으로 밀어 넣은 메모는 없었습니다. 선반 위에는 처음 그 종이만 있었고, 인쇄된 숫자는 그대로였습니다. 번호를 다시 읽어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올 때 문을 두드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내가 손잡이를 돌려 열었고, 종이는 선반에 둔 채로 나왔습니다. 주머니에 넣지 않았고, 인쇄된 번호도 번지지 않았습니다.
현관 밖으로 나오자 바람 소리가 커졌고, 멀리 해안 쪽 불빛도 보였습니다. 안내는 그 종이 한 장으로 끝나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노크가 한 번도 없었고, 다른 종이가 더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선반에 둔 종이는 내가 나올 때까지 접히지 않은 채로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