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마, 타이머는 관리 시작에 켜졌습니다
홍대 골목 안마방에 들어서니 복도 등은 켜져 있는데 방 타이머는 꺼져 있었습니다. 샤워를 끝내고 누워도 숫자는 그대로였고, 손이 어깨에 닿은 뒤에야 내려갔습니다. 옷 갈아입는 시간은 그 숫자에 없었습니다.
홍대 골목에서 문자에 적힌 호수를 한 번 더 보고 안마 문을 밀었습니다. 비 냄새가 계단에 배어 있었습니다. 복도 등은 켜져 있었는데, 방 안 타이머 자리는 꺼져 있었습니다. 입실한 시각을 휴대폰 메모 첫 줄에 남겼습니다. 신발장 나무에서 젖은 냄새가 났습니다. 우산 끝이 매트에 물을 떨어뜨렸습니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샤워를 마친 뒤에도 그 자리는 그대로 검었습니다. 준비는 끝났는데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팔뚝에 물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수건 귀퉁이가 타일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직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저는 벽시계만 보고 서 있었습니다. 샤워 끝난 시각을 메모 둘째 줄에 적었습니다.
직원이 오일 병을 열고 손이 어깨에 닿은 뒤에야 타이머를 눌렀습니다. 그때부터 숫자가 내려갔습니다. 관리가 시작된 시각이 입실과도, 샤워가 끝난 시각과도 달랐습니다. 베개 시트가 뺨에 서늘했습니다. 오일 냄새가 방 안에 천천히 퍼졌습니다. 타이머 옆 작은 등이 초록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이태원 쪽은 방문을 여는 순간 타이머가 이미 가고 있었습니다. 옷깃을 벗기도 전에 숫자가 줄고 있었습니다. 이날 홍대는 손이 올라온 뒤였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그날 그 방은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복도에서 다른 방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중간에 고개를 드니 남은 숫자는 관리가 시작된 뒤의 길이만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옷 갈아입던 구간은 그 안에 없었습니다. 담요 끝이 발목을 덮고 있었습니다. 저는 메모의 세 줄을 마음속으로 다시 헤아렸습니다. 입실, 준비 끝, 관리 시작이 서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숫자가 멈추자 직원이 마른 수건을 건넸습니다. 신발을 찾아 신고 골목으로 나왔습니다. 메모의 세 시각이 서로 다른 줄로 남아 있었습니다. 골목 비는 아직 가늘었습니다. 우산 끝이 보도블록을 찍었습니다.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큰길로 나왔습니다. 가로등이 젖은 아스팔트에 길게 비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