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출장, 창은 불투명 시트였습니다
이태원 골목 안쪽 출장 방에 들어가니 커튼이 아니라 창 전체에 불투명 시트가 붙어 있었습니다. 밖이 안 보여 누가 지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테이프 네 귀퉁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태원 골목 안쪽 출장 방은 창에 커튼이 없었고, 유리 안쪽에 하얀 불투명 시트가 붙어 있었습니다. 봉은 비어 있었고, 시트 가장자리는 반듯했습니다. 골목 네온은 문 밖에서만 바닥에 번져 있었습니다.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빛은 뿌연 얼룩으로만 번졌고, 사람 윤곽은 한 번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누가 지나가는지 알 수 없으니 창 쪽은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시트 표면을 손끝으로 대 보니 매끈하고 먼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방 안 조명은 노란 스탠드 하나였습니다. 나는 창에 등을 지고 앉았습니다. 발소리는 들렸지만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아 신경이 가지 않았습니다. 시트가 바람에 들뜨는 일도 없었습니다. 스탠드 갓에는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중간에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는 없었습니다. 골목 환풍기만 한 번 커졌다가 다시 낮아졌습니다. 나는 일어나 창을 보지 않았습니다. 테이프가 떨어진 모서리도 없었습니다. 시트 너머의 구두 굽 소리는 아주 희미했습니다.
나올 때 시트는 들어갈 때와 같은 자리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태원 골목으로 나오니 사람 그림자가 바로 보였습니다. 방 안에서는 그 그림자가 전혀 없었습니다. 문턱 금속이 신발 바닥에 차갑게 닿았습니다.
커튼을 기대하고 갔는데 천은 없었습니다. 불투명 시트만 창을 막고 있어 밖이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가 지나가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트를 떼어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봇대 불빛은 방 안에서 한 점도 또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태원 출장에서 창은 그냥 막힌 면이었습니다. 골목의 간판 불은 문을 연 뒤에야 보였습니다. 시트에 비친 내 얼굴도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