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휴게텔, 창을 열자 환기구가 멈췄습니다
이태원 골목 휴게텔 커튼을 젖히니 간판이 코앞이었습니다. 창을 손바닥만큼 열자 천장 환기구가 바로 멈췄습니다. 다시 닫으니 몇 초 뒤 날개가 돌아왔습니다.
커튼을 젖히니 이태원 골목 간판이 코앞이었습니다. 휴게텔 방 창은 잠긴 줄 알았는데 손잡이가 옆으로 밀렸습니다. 밀리는 폭은 손바닥보다 좁았습니다. 밖 공기 냄새가 수건 냄새와 달랐습니다. 창틀 먼지 위에 손가락 자국이 하나 있었습니다.
천장 쪽을 보니 환기구 날개가 천천히 돌고 있었습니다. 창을 그 폭만큼 열자 날개가 멈췄습니다. 소리는 끊기고 골목 차 소리만 남았습니다. 나는 창을 연 채로 십 초를 세었습니다. 날개는 다시 돌지 않았습니다. 커튼 끝만 밖에서 들락였습니다.
복도에서 직원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창이 열리면 환기 장치가 쉰다고 하였습니다. 방마다 손잡이 모양이 달라 어떤 방은 고리로 잠긴다고도 하였습니다. 이 방은 미는 식이라 손님이 열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창을 일단 닫았습니다.
닫자 몇 초 뒤 날개가 다시 돌았습니다. 바람은 얼굴이 아니라 커튼 위만 흔들었습니다. 문틈으로는 복도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수건을 목 옆에 두니 바람 결이 더 분명했습니다. 환기구 테두리는 미지근했습니다.
관리 중간에 더워 창을 같은 폭으로 다시 열었습니다. 장치는 또 멈췄습니다. 직원은 문 밖에서 손님이 정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남은 시간은 닫힌 채로 두었습니다. 날개는 끝까지 돌았습니다. 베개 쪽 공기는 아까보다 덜 텁텁했습니다.
나오기 전에 손잡이를 밀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고리를 걸어 둔 것이었습니다. 천장 환기구는 아직 돌고 있었습니다. 복도 환풍 구멍은 조용했습니다. 유리문 밖 이태원 바람은 방 안보다 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