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휴게텔, 신발은 방에서 벗었습니다
남산 쪽 야간 도로에서 꺾어 들어간 휴게텔 현관에는 신발이 없었습니다. 직원은 복도를 지나 방에서 벗으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구두를 신은 채 방 문 앞까지 갔습니다.
남산 타워 불빛이 야간 도로 끝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휴게텔은 그 길에서 꺾어 들어간 골목 안 현관이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자 매트만 있고, 신발을 올릴 선반은 비어 있었습니다. 복도 등이 발등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구두를 신은 채로 그 자리에 섰습니다.
직원이 복도 끝에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신발은 방에 들어가 벗는다고 하였습니다. 현관에서 벗으면 다른 손님 것과 섞인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방 문 앞 슬리퍼는 한 켤레뿐이었습니다. 카펫이 구두 바닥에 눌렸습니다.
현관에서 벗는 줄 알고 온 동선이 방 안에서 끊겼습니다. 골목에서 묻은 물기가 카펫 가장자리까지 들어갔습니다. 문을 닫은 뒤에 침대 옆 발판 위에 구두를 올렸습니다. 양말 끝이 발판 모서리에 걸렸습니다.
샤워실로 가려면 다시 복도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때는 슬리퍼를 신었습니다. 아까 구두로 걷던 자리와 지금 발바닥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미닫이문에 물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니 구두는 발판 위에 그대로였습니다.
나올 때 직원은 현관 매트 위에서 신으라고 하였습니다. 방 문 앞에서 신으면 다음 사람이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슬리퍼를 방 안에 두고, 구두를 손에 든 채 복도를 걸었습니다. 현관 등이 다시 켜졌습니다.
공동현관 밖으로 나오니 서울 밤공기가 차가웠습니다. 구두 바닥의 카펫 보풀을 가로등 아래에서 털었습니다. 신호가 바뀌는 동안 빈 차가 지나갔습니다. 비어 있던 선반이 눈앞에 남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