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안마, 취소 전표의 원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서면 육교 아래에서 안마 취소를 먼저 말했습니다. 무료로 끊긴다는 시각은 이미 지났고, 수첩의 네모 칸과 문자에는 남는 금액이 원으로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서면 로터리 육교 그늘에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마 예약은 시작 분을 이미 지나 있었고, 나는 취소를 입으로 먼저 말했습니다. 상대는 잠깐 기다리라고만 한 뒤 계산기 버튼을 누르는 소리를 냈습니다. 금액은 그 통화에서 입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간판 아래 접수대에 올라가자 계산기는 탁자 위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직원이 수첩을 펼치니 오늘 날짜 옆에는 내 이름과 시각만 적혀 있었습니다. 무료로 끊긴다는 시각에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고, 그 시각은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옆 네모에는 연필이 닿은 자국이 없었습니다.
네모를 가리키며 여기가 비었다고 하였습니다. 직원은 연필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으며, 방에서 베개 커버를 갈았는지만 보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커버 얘기만 메모했고, 네모 안에는 숫자를 써 넣지 않았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다른 손님이 영수증을 집어 갔습니다. 그 종이 끝에는 숫자가 있었는데, 내 수첩의 네모와는 칸이 달랐습니다. 나는 그 숫자를 내 칸으로 옮기지 않았고, 직원도 그 영수증을 내 이름 아래에 붙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다른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직 정산 전이라는 말만 반복했고, 수첩의 네모는 통화가 끝나도 비어 있었습니다. 나는 두 목소리를 한 금액으로 합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육교 계단을 내려가며 문자함을 열었습니다. 접수 시각만 찍혀 있었고, 원이 적힌 줄은 새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네모를 채우지 않은 수첩을 가방에 넣고 로터리 불빛 쪽으로 걸어 내려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