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안마, 룸에는 시계가 없었습니다
서면 안마 룸에 들어가 벽을 둘러보니 시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휴대폰은 가방째 맡아 두어 화면으로도 시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일정이 있는 밤이라 바늘이 없는 방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서면 안쪽 안마 룸에 불을 켜니 벽면 어디에도 시계가 없었습니다. 협탁 위에는 물티슈만 놓여 있었고, 바늘이 돌아갈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베개 옆 수건은 아직 따뜻했습니다.
들어오기 전 가방은 맡아 두라고 하여 화면을 꺼 둔 채 나왔습니다. 번호가 적힌 종이만 손에 남았고, 방 안에서는 그 종이로 시각을 알 수 없었습니다. 종이 모서리가 손끝에 배겼고, 사물함 열쇠는 차갑게 남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궁금해 문을 열고 바깥 벽의 시계를 보았습니다. 초침은 돌아가고 있었고, 직원은 룸 안에는 시계를 두지 않는다고 낮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 바늘의 분을 기억하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문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옆에서 나온 사람이 손목시계를 보여 주며 아직 남았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은 벽시계와 어긋나 있었습니다. 나는 손목의 숫자를 내 일정에 넣지 않고 벽시계만 남겼습니다. 바닥 매트가 한쪽으로 말려 있었습니다.
끝날 무렵 노크가 먼저 왔습니다. 직원 메모에는 맡아 둔 시각이 적혀 있었고, 그 기준은 룸이 아니라 바깥 시계였습니다. 방 안에서는 그 시각이 보이지 않아 노크가 다가오는 줄 몰랐습니다. 문고리가 한 번 흔들렸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 가방에서 화면을 켰습니다. 화면의 분과 바깥에서 본 벽시계는 같았습니다. 룸에 시계가 없으니 일정은 문을 열어야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서면 네온이 젖은 보도에 길게 비쳤고, 손에 쥔 번호 종이는 구겨져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