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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안마, 바뀐 번호는 카드 칸에만 넣었습니다

동성로 밤 골목을 지나 안마 출입문 앞에서 새 폰을 꺼냈습니다. 로비 메모에는 어제 번호가 남아 있었고, 직원은 방 문자는 그 종이가 아니라 예약 카드의 번호 칸으로만 나간다고 하였습니다. 칸을 고치자 새 폰으로 방이 왔습니다.

동성로 안마, 바뀐 번호는 카드 칸에만 넣었습니다

동성로 밤 골목은 네온이 발밑에 떨어질 만큼 좁았습니다. 노란 간판과 빨간 노래방 글자가 번갈아 보였고, 벽돌 보도 위로 사람이 겹쳐 걸었습니다. 새 폰을 켜도 어제 안마 예약 문자는 없었습니다. 그 문자는 오전에 해지한 번호 쪽에만 남아 있었습니다. 어깨를 옆으로 빼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골목 끝 출입문은 회색이었고, 옆 초인종 불만 켜져 있었습니다. 바닥이 젖어 구두 밑이 미끄러웠습니다. 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가니 클립보드에 제 이름과 어제 번호가 연필로 적혀 있었습니다. 직원은 종이에 적힌 번호로는 방이 안 나간다고 하였습니다. 방 안내는 예약 카드의 번호 칸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카드 화면은 아직 옛 숫자였습니다.

직원은 말로 불러 준 번호는 오늘 메모에만 남고, 카드 칸을 직접 고치지 않으면 문자는 옛 폰으로 간다고 하였습니다. 내일 예약도 그 칸을 다시 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 클립보드에 인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연필 자국만 있었습니다. 물컵의 얼음이 반쯤 녹아 있었고, 문틈으로 밤공기가 들어왔습니다.

골목 출입문

새 폰 화면을 카드 칸 옆에 나란히 두고 열한 자리를 넣었습니다. 끝에서 둘째 자리가 어제 번호와 같아 직원이 소리 내어 틀렸다고 하였습니다. 지우고 다시 넣자 저장이라는 글자가 잠깐 떴습니다. 초인종 쪽 복도 등이 한 번 깜빡였습니다. 펜 뚜껑이 장부 위에 굴렀습니다. 나는 저장 글자가 사라진 뒤에야 손을 뗐습니다.

잠시 뒤 새 폰이 한 번 울렸습니다. 2층 안쪽이라는 한 줄이었습니다. 가방 속 옛 폰은 화면이 꺼진 채 조용했습니다. 카드키를 받아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손잡이가 차가웠습니다. 수건에서 비누 냄새가 났습니다. 문 앞 슬리퍼가 한 짝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나올 때 클립보드의 어제 번호에는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카드 칸의 숫자는 새 폰과 같았습니다. 옛 폰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습니다. 동성로 네온이 젖은 보도블록에 길게 비쳤습니다. 새 폰의 방 문자를 잠그고 큰 길 쪽으로 나왔습니다. 택시 미등이 골목 입구에서 붉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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