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안마, 당일 전화가 없어서 취소였습니다
강남역 11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통화 목록을 내렸습니다. 오늘 받은 전화가 없었습니다. 역삼 골목 안마 로비 종이에는 제 이름 옆에 확인 전화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줄은 이미 그어져 있었습니다. 직원은 당일 전화가 없으면 그 자리는 취소로 본다고 하였습니다.
강남대로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오늘 통화 목록을 위에서부터 내렸습니다. 어제 예약 문자는 화면에 남아 있었는데, 오늘 아침 이후 받은 전화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정류장 유리에 광고가 붙어 있었고, 지나가는 버스 바람이 종아리를 스쳤습니다. 목록 맨 위 시각은 어제 밤 열한 시였습니다.
역삼 골목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어제 문자 아래줄에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2층 안마 로비로 올라갔습니다. 종이 명단에 제 이름이 보였고, 그 옆에는 확인 전화 없음이라고 연필로 적혀 있었습니다. 직원은 그 칸이 비어 있으면 그 자리는 취소로 본다고 하였습니다. 종이가 습기에 말려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명단 모서리를 흔들었습니다.
직원은 예약 문자만 남아 있어도 당일 전화를 못 받으면 그 줄을 지운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는 오전에 한 번 오고, 안 받으면 그 시간만 비운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은 명단 아래 작은 글씨에는 없었습니다. 입으로만 나왔습니다. 대기 의자가 하나 비어 있었습니다. 물컵의 얼음이 다 녹아 있었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서 다시 걸었더니 같은 직원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이 지나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다고 하였습니다. 명단의 제 이름에는 가로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빈 칸에 적힌 시각은 열 시 반이었습니다. 나는 그 시각을 수첩 귀퉁이에 적었습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났고, 슬리퍼가 카펫을 스쳤습니다.
대기석에 앉아 어제 문자를 다시 열었습니다. 비밀번호와 층수만 있고, 당일 전화를 받는다는 줄은 없었습니다. 직원은 그 문자는 예약이고, 자리는 오늘 통화가 있어야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로비 시계가 열 시를 지나 있었습니다. 밖 간판 불빛이 유리문에 길게 비쳤습니다.
나올 때 명단을 한 번 더 보았습니다. 가로줄 아래 다른 이름이 연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내 통화 목록은 여전히 어제 밤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공동현관이 뒤에서 천천히 닫혔습니다. 강남역 쪽 횡단보도 신호가 깜빡였습니다. 주머니의 어제 문자를 잠그고 대로 쪽으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