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안마, 타임할인이 아홉 시에 끝났습니다
동성로 안마 간판 아래 종이에 타임할인은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홉 시 십 분에 카운터 시계를 보니 직원은 그 줄은 끝났고 기본가 줄로 안내한다고 하였습니다.
동성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안마 간판 아래 종이를 보았습니다. 타임할인은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바로 밑줄은 기본가였고, 두 줄의 글자 크기가 달랐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금액처럼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네온이 젖은 보도에 길게 비쳤습니다. 종이 모서리가 바람에 들썩였습니다.
아홉 시 십 분에 카운터로 들어가 벽시계를 가리켰습니다. 직원은 할인 줄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기본가 줄이라고 하였습니다. 시작이랑 끝나는 시각을 종이에 연필로 받아 적었습니다. 화면의 큰 글자만 보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벽시계 초침이 또각거렸습니다. 접수창 유리가 손바닥에 차가웠습니다.
낮에 찍어 둔 화면을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그때는 할인 줄이 진했고 기본가 줄은 아래에 작게 있었습니다. 저녁 종이는 순서가 그대로였는데, 직원이 끊어 준 시각은 아홉 시였습니다. 같은 업소인데 읽는 줄이 시각마다 달랐습니다. 동성로 쪽 음악이 문틈으로 들어왔습니다. 엄지로 낮 화면과 저녁 종이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직원은 금요일에는 끝나는 시각이 한 시간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종이의 일곱 시와 아홉 시가 내일도 같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간판 아래 테이프가 들떠 있었습니다. 할인 도장 자국이 번져 있었습니다. 연필로 적은 시각만 수첩에 선명했습니다.
관리를 마치고 나오니 카운터 시계는 열 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안내는 처음부터 기본가 줄이었습니다. 할인 시각은 입장 전에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수건 냄새가 복도에 남아 있었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나오니 손이 시렸습니다. 시계 초침 소리가 로비까지 따라왔습니다.
반월당 쪽으로 걸어가며 종이를 다시 펼쳤습니다. 일곱 시와 아홉 시는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직원이 읽어 준 끝 시각과 종이 숫자가 같았습니다. 낮에 본 줄과 저녁 줄이 한 칸에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수첩을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구두 끝이 보도블록 이음새에 걸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