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동 안마, 노크 없이 종이만 남았습니다
대전 은행동 안마 엘리베이터에서 받은 안내는 접히지 않은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연필로 적은 시각만 적혀 있었고, 방에 있는 동안 문을 두드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전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 은행동 쪽 좁은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문이 닫히기 전에 손 위에 종이 한 장이 놓였습니다. 명함첩도 스티커도 같이 오지 않았습니다. 거울에는 내 어깨만 보였습니다.
종이는 손바닥보다 작았고 접힌 금이 없었습니다. 가운데 연필 글씨는 시각 네 자리뿐이었습니다. 상호 칸도 화살표도 비어 있었습니다. 연필 가루가 묻을까 봐 글씨 위는 문지르지 않았습니다.
복도 등을 지나 방문을 닫았습니다. 머무는 동안 노크는 없었습니다. 문틈으로 신발 그림자가 멈춰 선 적도 없었습니다. 종이는 무릎 위에 펼친 채 두었습니다.
종이 가장자리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확인하러 문을 연 사람도 없었고, 이름을 복도에서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벽시계 초침만 작게 움직였습니다.
끝날 무렵에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습니다. 문이 천천히 열리자 종이를 접지 않고 현관 옆 선반 위에 그대로 올려 두었습니다. 연필 글씨는 번지지 않았고, 선반에는 다른 메모가 없었습니다.
은행동 골목으로 나오자 가게 스피커가 바로 커졌습니다. 추가로 받은 메모는 없었고, 선반의 종이는 글씨가 위를 향한 채 남아 있었습니다. 연필을 빌려 적지는 않았습니다.
주머니를 뒤져도 가져온 종이는 없었습니다. 안내는 엘리베이터에서 받은 그 한 장으로 끝나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문을 두드린 사람이 없었고, 내가 가진 안내도 그 종이뿐이었습니다. 골목 바닥은 아직 조금 젖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