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안마, 물컵 받침이 나무였습니다
역삼에서 안마 방을 열자 탁자 끝이 먼저 보였습니다. 물컵 아래가 나무 받침이었고, 직원은 세 마디만 했습니다. 나올 때까지 잔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선릉역 쪽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서야 역삼 골목이 보였습니다. 안마 건물은 간판이 작았고, 공동현관은 숫자키만 있었습니다. 문자 호수를 누르고 올라갔습니다. 복도 조명은 흐렸고, 문 앞 슬리퍼는 두 켤레뿐이었습니다. 방 안은 조용했고, 탁자 끝에 물컵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아래는 나무 받침이었습니다.
직원이 들어와 받침만 손가락으로 짚으며 세 마디로 말하였습니다. 더 긴 설명은 없었습니다. 컵은 반쯤 차 있었고, 받침 모서리는 닳아 있었습니다. 나는 컵을 들었다가 다시 올렸습니다. 받침이 붙잡아 줘서 잔이 옆으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탁자 끝에는 휴지가 한 장 있었습니다.
팔꿈치로 탁자를 스쳤을 때도 잔은 제자리였습니다. 직원이 물을 다시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받침 위에는 물방울이 없었습니다. 에어컨은 약했고, 창틈으로 역삼 쪽 버스 소리만 들렸습니다. 이십 분이 지나도 컵 자리는 같았습니다.
샤워 칸에서 나와 보니 잔은 처음과 같은 모서리에 있었습니다. 나무결이 조명 아래에서 짧게 보였습니다. 직원은 받침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밑면을 보지 않았고, 컵만 내려놓았습니다. 선반 수건은 그대로였습니다.
나갈 때도 잔은 받침 위에 있었습니다. 미끄러진 자국은 없었습니다. 세 마디가 전부였습니다. 골목으로 나오니 편의점 앞이 한산했고, 횡단보도 신호만 길게 느껴졌습니다. 담배 연기는 없었고, 바닥만 살짝 젖어 있었습니다.
정류장까지 걸으며 나무 받침만 남았습니다. 잔이 끝까지 그대로였고, 설명은 짧았습니다. 역삼 안마에서 본 건 그 정도였습니다. 간판 불빛만 이어졌고, 버스 도착 안내음이 짧게 울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