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안마, 물컵에서 김이 살짝 올랐습니다
역삼역 근처 안마 방에 들어서니 탁자 위 물컵에서 김이 살짝 피어 올랐습니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미지근했던 짧은 장면을 남깁니다.
역삼역에서 학원 간판이 이어진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 들어서자 탁자 모서리에 물컵이 하나 있었고, 입구에서 김이 살짝 피어 올랐습니다. 차가울 줄 알고 손을 가져갔다가 미지근한 온기에 멈췄고, 가방은 아직 어깨에 멘 채였습니다. 현관에서 무음으로 바꿔 둔 휴대폰은 주머니에 두었습니다.
김은 금방 흩어졌지만 컵을 들면 손바닥에 온기가 남았습니다. 목만 축이려다 온도가 달라 한 모금만 천천히 마셨고, 컵은 탁자 가운데로 다시 옮겼습니다. 가방은 의자 등받이에 걸고, 대기하는 동안에는 컵을 다시 들지 않았습니다.
입술에 대기 전에 손등으로 온도만 먼저 보면 덜 당황스럽습니다. 김이 세게 오르면 한 모금도 서두르지 않았고, 김이 없어도 바로 찬물이라고만 보지 않았습니다. 어떤 방은 김 없이 미지근했고, 어떤 방은 처음부터 차갑게만 나왔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탁자를 스치면 김이 더 빨리 사라집니다. 두 번째 모금은 첫 모금보다 식어 있어 절반만 남겼고, 뜨거운 줄 알고 급하게 마시면 입이 텁텁해질 수 있어 천천히만 마셨습니다. 컵을 매트 옆으로 옮기면 넘어지기 쉬워 탁자에만 두었습니다.
대기하는 동안 문 쪽 슬리퍼는 처음 보던 자리에 그대로였고, 수건은 매트 가장자리에 접혀 있었습니다. 나는 가방 지퍼를 닫아 둔 채 문자에 적힌 호수만 머릿속으로 확인했습니다. 방 안 공기는 무겁지 않았고, 컵은 더 이상 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나갈 때 가방과 신발을 같이 챙기며 컵은 탁자에 두었습니다. 김은 이미 없었고, 현관에서 문자를 닫은 뒤 대로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화면으로 다음 일정을 확인하니 시각이 어긋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동만 풀어 두었습니다. 역삼 쪽 소리가 다시 크게 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