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안마, 당일 빈자리는 전화로 들었습니다
충장로 포장마차 옆에서 안마 당일 빈자리를 문자로 넣었더니 답장이 없었습니다.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자 오늘 열 시 반에 한 자리가 빈다고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직원은 불이 켜진 뒤에는 전화로만 빈자리를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충장로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 안마 당일 빈자리를 문자로 넣었습니다. 십 분이 지나도 답은 없었습니다. 화면 알림은 다른 앱에서만 떴습니다. 꼬치 연기가 소매에 배었습니다. 비닐 식탁보가 바람에 들썩였습니다. 옆 테이블 소주잔이 짧게 부딪쳤습니다.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첫 벨이 길게 울리고 사람이 받았습니다. 오늘 열 시 반에 한 자리가 빈다고 목소리로만 말하였습니다. 문자로 다시 보내 달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이어폰 줄이 우산 손잡이에 걸렸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화면에는 통화 기록만 남았습니다.
골목 2층 문을 두드리니 대기 의자가 비어 있었습니다. 직원은 방금 통화한 시각이 맞다고 하였습니다. 명함 뒷면에 열 시 반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선풍기가 약하게 목을 스쳤습니다. 슬리퍼가 한 짝 문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계단 손잡이가 습기로 미끄러웠습니다.
직원은 해가 떠 있을 때는 문자로 빈자리를 보내고, 불이 켜진 뒤에는 전화로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문자가 조용했던 이유와 같았습니다. 계단 벽 안내에는 그 구분이 없었습니다. 수첩에는 통화라고 한 글자만 있었습니다. 페이지가 손때 묻어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베개 맡 메모지에 오늘 날짜가 연필로 적혀 있었습니다. 어제 메모는 쓰레기통에 구겨져 있었습니다. 당일 자리라는 말과 메모 날짜가 맞았습니다. 창밖으로 충장로 네온이 빗물에 번졌습니다. 복도에서는 물 따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수건은 아직 따뜻했습니다.
나와서 통화 시간을 다시 보았습니다. 일 분이 조금 넘었고, 문자 답장은 끝까지 없었습니다. 빈자리를 알려 준 것은 그 목소리뿐이었습니다. 포장마차 쪽 의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버스가 물웅덩이를 가르며 지나갔습니다. 우산 끝이 보도블록을 찍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