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휴게텔, 카드는 나올 때 풀어 주었습니다
충장로 휴게텔 카운터에서 카드를 잠시 걸어 둔다고 하였습니다. 얼마를 잡아 두는지는 수첩에만 적혀 있었고, 문을 나설 때 그 칸을 지우고 카드를 돌려주었습니다.
충장로 사거리에서 골목을 들어가 휴게텔 카운터에 섰습니다. 직원은 지갑을 열기 전에, 카드를 잠시 걸어 둔다고 하였습니다. 얼마인지는 말로 하지 않고 수첩 칸에 숫자만 적었습니다. 나는 그 숫자를 소리 내어 읽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펜 끝이 수첩을 찍고 있었습니다.
카드는 카운터 서랍이 아니라 현관 옆 투명 집게에 끼워졌습니다. 집게 옆에는 다른 카드가 두 장 더 있었습니다. 내 이름은 집게에 없고, 수첩 줄에만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이 먼저 왔습니다. 현관 매트가 한쪽으로 말려 있었습니다.
직원이 적은 숫자는 이용이 끝난 뒤에 푼다고 하였습니다. 중간에 집게를 열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수첩 숫자를 휴대폰 메모로 옮겨 두었습니다. 메모 시각과 수첩에 찍힌 시각이 1분 차이였습니다. 메모 앱 키보드가 아직 떠 있었습니다.
상무지구에서 들은 집은 카드를 걸지 않고 현금만 본다고 했었습니다. 충장로 이 카운터는 현관에서부터 집게를 썼습니다. 나는 상무에서 들은 말과 이 집게를 한 절차로 잇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한 번 지나갔습니다. 카운터 의자가 삐걱였습니다.
이용이 끝나자 직원은 수첩 칸에 줄을 긋고 집게에서 카드를 빼 주었습니다. 빼 준 시각은 내가 메모한 시각보다 뒤였습니다. 카드 뒷면은 따뜻했고, 방금 지운 칸의 숫자와 메모가 같았습니다. 다른 두 장은 집게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골목으로 나오니 충장로 네온이 젖어 있었습니다. 지갑에 카드가 돌아왔고, 수첩은 카운터에 남았습니다. 얼마를 잡아 두었는지는 그 지워진 줄에만 있었습니다. 나는 집게가 내 카드만 비운 뒤에 골목을 건넜습니다. 구두 밑창에 물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