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휴게텔, 일찍 가니 공동현관에서 섰습니다
홍대 골목 끝 공동현관 앞에서 시계를 보았습니다. 휴게텔 약속보다 십이 분이 빨랐고, 초인종 너머에서는 아직 방을 비우지 않았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홍대입구 쪽 골목을 빠져 건물 공동현관 앞에 섰습니다. 휴게텔 문자에는 호수와 비밀번호 네 자리가 있었는데, 시계는 약속보다 십이 분을 앞서 있었습니다. 철문 틈으로 복도 등이 보였고, 초인종은 차갑게 젖어 있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초인종을 한 번 눌렀습니다. 안에서 나온 목소리는 이름을 확인하고, 그 시각 전에는 복도로 들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앞 손님이 아직 신발을 신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나는 우산 꽂이 옆에 가방을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물으니 일찍 온 사람은 공동현관 밖 계단참에서 기다리라는 답이었습니다. 몇 분 전부터 문을 여는지 숫자는 주지 않았고, 약속 분에 비밀번호를 다시 누르라는 쪽이었습니다. 통화는 짧게 끊겼습니다. 빗물이 처마에서 신발 끝으로 떨어졌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문자가 한 통 더 왔습니다. 호수는 같았는데 비밀번호만 다른 숫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느 네 자리가 지금 문과 맞는지 화면의 시간만 보고 골랐습니다. 옆 호 문이 한 번 열렸다가 바로 닫혔고, 그 사이로 수건 냄새가 짧게 나왔습니다.
약속 시각이 되자 바뀐 번호를 눌렀습니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고, 공동현관이 손바닥만큼 열렸습니다. 복도에는 사람이 없었고, 문 앞 매트 위에 다른 손님 신발이 한 켤레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그 신발을 건드리지 않고 옆으로 비켜 섰습니다.
호실 문을 두드리자 잠시 뒤에 열렸습니다. 방 안 시계와 내 휴대폰은 같은 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일찍 선 십이 분은 공동현관 밖 계단에서만 지나갔습니다. 직원이 밖에서 선 시간을 묻지 않았고, 이름만 확인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매트에 남은 물기가 복도 불빛에 반짝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