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휴게텔, 몇 번인지는 버튼 옆에 없었습니다
이태원에서 경리단 쪽으로 걸어 올라가며 휴게텔 시각을 한 시간 뒤로 옮겼습니다. 변경 버튼은 있었는데 몇 번까지인지는 화면에도 카운터 코팅지에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역에서 경리단 골목으로 걸어 올라가며 휴게텔 예약을 한 시간 뒤로 옮기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보내기 전에 화면을 끝까지 내렸는데, 변경 버튼 옆에는 몇 번까지라는 글자가 없었습니다. 가로등 불만 휴대폰 가장자리에 비쳤습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카운터 유리 아래에 코팅지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습니다. 내 이름과 바꾼 시각은 연필로 적혀 있었습니다. 횟수라고 인쇄된 줄은 밑줄만 있고 숫자는 없었습니다. 나는 그 밑줄에 손가락을 올려 두었습니다.
밑줄을 직원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열쇠 고리를 흔들며, 방 열쇠가 아직 못에 걸려 있으니 한 번 바꾼 시각은 살아 있다고만 하였습니다. 몇 번까지 더 되는지는 고리 개수로 세지 말라고 하였고, 나도 열쇠를 세지 않았습니다.
복도에서 다른 손님이 시간을 또 바꾸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통화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들렸는데, 내 코팅지의 밑줄은 그대로 비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거절을 내 횟수로 받아 적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화면을 한 번 더 열었습니다. 버튼은 아직 그대로였고, 몇 번이라는 새 줄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변경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열쇠가 못에 있다는 말과, 횟수가 적히지 않았다는 것을 따로 기억했습니다.
경리단 끝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답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바꾼 시각만 와 있었고, 몇 번이라는 단어는 마지막 줄에도 없었습니다. 코팅지 밑줄이 비어 있던 그대로 골목을 내려갔습니다.


